회사를 그만두고 한두 달이 지나면 건강보험 고지서가 집으로 옵니다. 급여에서 빠져나가던 금액보다 훨씬 큰 숫자가 적혀 있어 공단에 전화를 거는 분이 많습니다. 회사가 절반을 내주던 구조가 사라지고, 월급이 아니라 살고 있는 집까지 계산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퇴직자에게 열려 있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가족의 피부양자로 들어가기, 임의계속가입, 그냥 지역가입자로 남기. 셋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첫 질문 — 가족의 피부양자로 들어갈 수 있나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길부터 봅니다. 배우자나 자녀가 직장가입자라면 그 사람의 피부양자로 올릴 수 있고, 이때 본인 보험료는 0원입니다. 관문은 소득과 재산입니다.
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소득을 합쳐 연 2,000만 원 이하여야 합니다. 재산은 재산세 과세표준이 기준입니다. 5억 4,000만 원 이하면 소득 요건만 보면 되고, 5억 4,000만 원을 넘고 9억 원 이하라면 연 소득이 1,000만 원 이하여야 합니다. 9억 원을 넘으면 소득이 아무리 적어도 안 됩니다. 형제·자매에게 올리는 경우는 과세표준 1억 8,000만 원이 선입니다.
여기서 걸리는 분이 많은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으면 사업소득이 1원이라도 있는 순간 탈락이고, 사업자등록이 없는 프리랜서는 사업소득 500만 원까지 괜찮습니다. 주택임대소득이 있으면 금액과 무관하게 피부양자가 되지 않으니, 퇴직 후 월세를 받기 시작한 분은 이 한 줄에서 걸립니다.
두 번째 질문 — 임의계속과 지역, 어느 쪽이 싼가
피부양자가 안 된다면 남은 둘을 비교합니다. 임의계속가입은 퇴직 후에도 직장가입자 자격을 최대 3년 더 유지하는 제도입니다.
| 항목 | 임의계속가입 | 지역가입자 |
|---|---|---|
| 보험료 기준 | 퇴직 전 12개월 보수월액 평균 | 소득 + 재산(점수제) |
| 집·땅 반영 | 안 됨 | 반영됨 |
| 쓸 수 있는 조건 | 퇴직 전 18개월 중 직장가입 통산 1년 이상 | 조건 없음(자동 전환) |
| 유지 기간 | 퇴직일 다음 날부터 36개월 한도 | 제한 없음 |
| 신청 | 공단에 신청서 제출(기한 있음) | 신청 불필요 |

갈림길은 이렇게 갈립니다. 월급은 많지 않았는데 집이 있는 경우 — 지역보험료에 재산이 얹히므로 임의계속이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월급이 높았고 재산은 거의 없는 경우 — 퇴직 전 보수월액이 기준인 임의계속이 오히려 비쌀 수 있습니다. 곧 재취업할 계획인 경우 — 재취업하면 임의계속 자격은 끝나므로 신청할 이유가 적습니다.
내 임의계속보험료는 얼마쯤 되나
임의계속보험료는 퇴직 전에 산정된 최근 12개월 보수월액을 평균한 금액으로 계산합니다.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이 제도를 "퇴직 전 직장에서 부담하던 수준의 보험료"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재직 중 명세서에 찍혀 있던 건강보험료가 그대로 가늠자가 됩니다.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7.19%이고, 직장가입자는 이를 회사와 절반씩 나눠 냈습니다.
| 퇴직 전 보수월액 | 보수월액보험료 전액 | 재직 중 본인부담분 |
|---|---|---|
| 300만 원 | 215,700원 | 107,850원 |
| 400만 원 | 287,600원 | 143,800원 |
| 500만 원 | 359,500원 | 179,750원 |
| 600만 원 | 431,400원 | 215,700원 |
보수월액 400만 원이었던 사람의 명세서에는 건강보험료 143,800원이 찍혀 있었습니다. 받은 지역 고지서가 이 금액보다 크다면 임의계속을 따져볼 값이 있다는 뜻입니다. 고지서를 받은 날 1577-1000으로 두 금액을 함께 물어보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이 글의 금액은 모두 건강보험료만이고 장기요양보험료는 따로 붙습니다.
지역보험료는 집이 결정합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소득보험료와 재산보험료를 더해서 나옵니다. 소득 쪽은 소득월액에 7.19%를 곱하고, 재산 쪽은 재산을 60등급으로 나눈 점수에 점수당 금액을 곱합니다. 2026년 부과점수당 금액은 211.5원입니다.
점수가 가장 낮은 1등급은 22점이라 재산보험료가 월 4,653원이고, 가장 높은 60등급은 2,341점이라 월 49만 5,120원입니다. 같은 무소득자라도 재산 때문에 100배 넘게 갈립니다. 재산은 과세표준에서 1억 원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등급을 매기며, 자동차는 2024년 2월분부터 계산에서 빠졌습니다. 소득월액이 28만 원 이하인 세대는 소득 쪽 최저보험료 20,160원이 적용됩니다.

▲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에 나온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식입니다. 소득과 재산이 각각 따로 계산돼 더해지는 구조라서, 소득이 0원이어도 재산보험료는 남습니다.
기한을 놓치면 이 제도는 아예 못 씁니다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이 기한입니다. "퇴직 후 2개월"로 외우고 있다가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기준은 퇴직일이 아닙니다.
지역가입자가 된 뒤 처음 받은 지역보험료 고지서의 납부기한에서 2개월이 지나기 전까지가 신청 기한입니다. 고지서의 납부기한이 11월 10일이라면 이듬해 1월 10일까지입니다. 퇴직일로부터 세면 답이 나오지 않으니 첫 고지서의 납부기한에 동그라미를 쳐두세요.

▲ 신청 자격과 기한이 한 문장에 함께 들어 있습니다. "통산 1년 이상"이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자주 막히는 세 지점
한 회사에서 1년을 못 채웠다 — 요건은 퇴직 전 18개월 동안 직장가입자 자격이 "통산" 1년 이상입니다. 한 직장에서 연속으로 채워야 하는 게 아니라 기간을 합쳐서 셉니다. 중간에 몇 달 쉬었다면 그 기간만 빠집니다.
첫 보험료를 깜빡했다 — 신청 후 처음 내야 할 직장가입자 보험료를 납부기한부터 2개월이 지난 날까지 내지 않으면 자격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신청만 해두고 납부를 미루면 제도 자체가 사라집니다.
3년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 임의계속은 퇴직일 다음 날부터 36개월이 한도이고 그 뒤에는 지역가입자가 됩니다. 그 안에 피부양자 요건을 맞출 방법이 있는지 미리 따져두는 쪽이 낫습니다. 반대로 더 이상 유리하지 않다면 임의계속탈퇴 신청서를 내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요건과 금액은 제도가 바뀔 수 있으니 신청 직전에 공단에서 한 번 더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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